법무부의 귀화이주민에 대한 체제인정서약 강요는
또 하나의 차별이다
!!

 


 지난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법무부는 2011년 2월부터 외국인의 귀화심사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 서약서’를 받고, 국가안보 의식과 국민의 의무 등에 관련한 기본 소양 평가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주의권 국가 출신 귀화자가 93%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여 기존에 구두로 확인했던 방식을 바꿔 서약서 제출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국민의 지위를 부여받는 외국인이 그 국가의 체제를 인정하고,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의 안보 강화 차원에서 그것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서약서’라는 강제 절차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개인의 사상에 대해 국가가 검증하겠다는 사고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인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귀화 과정에서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에게 우월적인 국가권력이 일방적으로 ‘체제인정서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귀화를 불허’하는 사상검증 방식은 과거 일제 식민지 시절 생겨나 90년대 초반까지 활용되어 왔던 ‘사상전향서’나 ‘준법서약서’의 이명박 정부 버전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2010년에 이미 이주민에 대한 불심검문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으로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하였고, 2011년 7월부터 불법입국자 차단과 외국인 범죄수사를 위한 신원정보로서 외국인지문등록제도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법무부가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과 정권의 ‘코드’나 시류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사회가 120만 명의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면서, 정부는 ‘다문화’를 앞세운 새로운 국민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 뒤에는 이주민을 잠재적인 범죄 집단으로 간주하고 일상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가권력의 의지가 버티고 있음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광풍으로 불고 있는 ‘다문화 코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언어 유희에 불과할 뿐이며, ‘세계인과 어우러져 발전하는 화합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법무부의 모토 역시 정권 코드에 맞추고,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진정 다문화사회를 말할 수 있는가. 이주민 120만 명과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반만년 한민족 이데올로기가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 사회가 백인 서구 사회에 대한 무한한 열등의식을 꼭꼭 숨겨둔 채 립서비스를 남발한  ‘다문화’는 아니었는지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다”는 세계인권선언 제2조처럼 ‘다름’이 차별받지 않고 인권이 존중되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사회체제를 갖추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120만 명의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든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며, 다름이 차별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인권 감수성이다.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외국인과 평화롭고 평등하게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인권의 가치를 역주행하는 정부의 행태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1년 1월 19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