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인터 뉴스레터]
우리의 움직임 결코- 고요치 않으니
2025년 민주주의의 역동 가운데,
이주여성의 목소리는 차별과 혐오에 다양한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변화는 더디다’ 말하겠지만, 우리는 압니다.
제도가 바뀌고, 시민들의 언어가 달라지고,
‘이주여성’이라는 명칭 너머에 주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결코 미세하거나 고요하지 않은 일이었음을요.
그 과정은 언제나 고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것이고,
자연스레 이뤘던 것이 아니라 아니라 단단히 다져왔던 것입니다.
 
국제결혼지원조례 폐지, 성·인종차별적인 프레임을 벗겨내는 캠페인,
그리고 여전히 광장에 나서 ‘우리가 시민이다’라고 말하는 이주여성의 존재들.
우리는 아직도 싸우고 있지만, 이미 많이 이겨냈습니다.
 
언제나처럼 세상이 내어준 거창한 무대는 없지만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이여인터가 지나온 2분기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이주여성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걸음

국제결혼 지원조례 전면 폐지를 환영하며

이주여성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걸음
– 국제결혼 지원조례 전면 폐지를 환영하며 –
 
2025년 4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가 ‘국제결혼 지원조례’를 모두 폐지했거나 폐지를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 결정을 뜨겁게 환영합니다. 이번 폐지는 단지 하나의 제도가 사라진 일이 아닙니다. 이주여성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했던 한국 사회의 오래된 차별 구조에 대한 종지부, 그리고 이주여성의 시민적 주체성을 회복하는 변화의 신호입니다.
 
 조례 뒤에 숨겨진 오래된 불평등 
 
국제결혼 지원조례는 주로 농촌 지역 미혼 남성의 결혼을 돕기 위한 명목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결혼 비용과 수수료를 지원하고,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을 적극 장려하던 이 조례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라는 발상 아래, 이주여성을 오로지 출산, 가사노동, 돌봄노동의 수행자로 상정해 왔습니다.
 
정작 결혼 이후 지역에 정착한 이주여성의 삶, 노동, 권리는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한국 남성의 아내’, ‘아이 낳을 사람’, ‘농사 지을 사람’이라는 협소한 역할만이 부여되었습니다.
 
 차별의 언어는 바뀌었지만, 구조는 남아 있었다 
 
이 조례는 이름을 바꾸며 시대에 맞는 척해왔습니다.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조례 → 미혼 남성 국제결혼 지원조례 → 미혼자 국제결혼 지원조례”…
하지만 내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지원은 한국 남성에게 집중되었고, 이주여성은 감사하고 순응해야 할 존재로 간주되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혜택을 받았다”, “일하러 왔으니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은 구조적 성·인종차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왔는가 
 
이여인터는 이 조례의 ‘개정’이 아닌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왔습니다. 이 싸움은 단지 조례의 문구를 지우는 게 아니라, 이주여성을 타인의 부속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선언하는 싸움이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 일하는 여성, 이혼한 여성, 공부하는 여성,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 모두가 제도와 정책 속에서 ‘시민’으로 상상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 변화는 연대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조례 폐지는 이주여성 당사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와 오랫동안 함께 싸워온 연대의 힘으로 이루어진 값진 성과입니다.
 
이 변화는 한국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국민의 필요’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로서 이주여성을 상상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주여성의 삶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평등해야 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우리는 계속 갑니다. 물론 하나의 조례가 폐지되었다고 모든 차별이 끝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기록합니다. 이 변화는 이주여성 운동의 역사 속에서 기억될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여인터는 이주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균형 있는 상상과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국경을 넘는 성·인종착취 강간문화 대응을 위한
베트남 현지 기초조사
△베트남 현지에서 촬영한 업소 광고 문구 (직접적인 업소 간판 사진은 제외하였음)
국경을 넘는 성·인종착취 강간문화와 마주한 10일
– 베트남 현지조사 후기와 우리에게 남은 과제 –
 
✉ 이여인터는 2024년 가을, 한 제보로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제보받은 텔레그램 내 “박제방”이라는 범죄 커뮤니티는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불법촬영물과 신상정보를 공유하고 성폭력을 일삼는 온라인 성·인종착취 공간이었습니다. 박제방을 구성하는 주요한 매커니즘이었던 온라인 공간 속 강간문화와 현실의 관광산업, 성산업의 연결이 어떻게 베트남 현지에서 구성되고 확산되고 있는지를 추적하기 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단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작동하고 치밀하게 조직된 인종차별, 여성혐오, 제국주의적 성착취 구조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두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성·인종착취 문제의 구조를 살피고, 베트남과 한국의 법과 제도, 대응체계를 비교·분석하며 현지조사를 준비했습니다. 한국 남성 중심의 성착취 문화가 국경을 넘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서는 초국적 연대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베트남 현지로 조사를 나섰습니다. 
 
✈️ 2025년 6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총 10일간의 베트남 현지조사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박닌, 하이퐁, 다낭 등의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남성들이 ‘코스’로 이용한다는 유흥업소-마사지숍- 가라오케 등을 중심으로 거리 라운딩과 관찰조사를 진행했고, 여성쉼터, 젠더폭력 대응 NGO, 대사관 등 기관방문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베트남의 젠더기반폭력과 피해지원체계의 실상을 살폈습니다.
 
 성착취 구조, 현지에서 한국 남성이 점유한 공간 
 
우리가 관찰한 현지 성산업 구조는 체계화된 성·인종착취 산업이었습니다. 거리 전체가 한국을 그대로 이동해 놓은듯한 주요 ‘한인타운’들은 ‘한인남성타운’이라고 재명명할 수 있을만큼 한인 여성으로만 구성된 우리 조사팀의 존재는 그곳에서 낯선 등장이었습니다. 또한 한식당, 노래방, 숙박업소, 마사지숍, 미용실 등이 일괄적으로 한국 남성의 성 구매와 남성문화 공유를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었습니다. 성구매 후기 커뮤니티, 교민 사회,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이 구조의 뿌리를 이루고 있었고, 성 판매 여성의 이동과 고용은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습니다. 미딩, 박닌, 반까오 등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곳들은 한인들의 생활지역도, 이국에서 한국의 문화로 잠시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습니다. 베트남 지역사회의 가장 깊숙한 골목까지 한국 남성을 위한 성·인종착취 산업을 뻗어놓은, 한국 남성들이 속속이 건설하고 완전히 점유해버린 그들만의 “왕궁”이었습니다. 
 
 기대와 한계 속에서 마주한 민관의 현실 
 
우리는 조사 초기 대사관, 경찰, 현지 기관들과의 면담을 통해 공공의 대응 체계와 젠더폭력 대응과 지원, 연대 등 시스템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착취나 젠더기반 폭력과 성·인종착취 문제에 대한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입장들을 마주했습니다. 젠더기반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와 쉼터, 공공기관 모두 자율성과 자원의 제약, 시민사회의 인식 등 한계 속에서 실질적인 대응이 어려운 현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구조적인 여건과 인식의 차이 속에서 초국적인 연대와 대응을 이어가기 위해 더 많은 대화와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베트남의 다양한 활동가와 기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공감하고 지지하며 앞으로 함께 연대하고 성장해갈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우리 안의 질문과 앞으로의 방향 
 
❓ 10일간의 조사 동안 “이 구조를 만든 자, 유지하고 강화하는 주체들은 누구인가?”, “국경을 넘어선 성·인종착취 강간문화, 우리는 이 구조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질문들을 우리의 조사 여정에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우리는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는 일부 남성들의 ‘일탈’이나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후기사이트, 관광 플랫폼, 교민 커뮤니티, 사업과 기업 문화, 지역 경제가 모두 연결된 하나의 ‘구조’가 존재하며, 이는 국경을 넘어 성별화, 인종화된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 국경을 넘는 성·인종착취 강간문화에 대해 더 다양한 시각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번 조사는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이여인터의 활동 가운데 묵직한 질문을 던졌고, 앞으로 그 고민과 답을 정리해나가고자 합니다. 이여인터 홀로였다면 불가능했을 이 여정을 가능케 한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현장 연구자들을 비롯한 조사팀의 연대와 용기에 감사하며, 더 많은 연결과 움직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이 프로젝트는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주민에게도 차별 말고 평등하게 지원하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왜 이주민은 빠졌나요?
차별 없는 민생지원, 함께 목소리 내주세요!
 
이재명 정부가 7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합니다. 소비 진작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국민들에게 15만~50만원의 지급되지만, 270만 이주민 중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난민인정자만이 민생지원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주노동자, 유학생, 동포 등 170만명 이상의 이주민이 배제되는 것인데요!
이주민은 정부에서 지정한 세 가지의 자격과 관계없이 모두 이 땅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세금을 내며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고 일상의 ‘이웃’입니다.
 
“국민과 연관된 경우만 예외 지급”이라는 기준은 정부가 얼마나 편협한 민생을 상상하는지 되묻게 합니다. 이러한 보편적 지원의 배제는 헌법상 평등권,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국제인권규약에도 어긋나는 명백한 차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칩니다.
“차별 말고 평등하게! 이주민도 함께 살아야 할 민생입니다.”
이 목소리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동진정을 진행합니다.
 
이주배경 시민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차별에 항의하고, 평등을 요구하는 함성에 함께해주세요!
 
 기자회견 
– 일시 : 7월 23일(수) 오전 11시
– 장소 : 국가인권위원회 앞
– 주최 : 전국 이주인권단체
 
※ 사진출처 : 뉴스1, <인권 개선 정책을 요구하고 나선 이주민들> 2022. 11. 
이주여성의 모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이주가사돌봄연대 활동 소식

이주여성의 모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 2025년 상반기 이주가사돌봄 정책 동향과 이여인터의 대응 –

 

정부는 저출생 문제와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외국인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 정책은 정작 돌봄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 없이, ‘값싼 이주여성 노동력을 편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들이 노동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그리고 성차별과 인종차별 없는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현장에 귀 기울이며, 정책 개선을 위한 대응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권리는 사라지고 책임만 강요받는 노동 

 

2024년부터 서울시가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사업장 변경제한으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종속되어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고용허가제(E-9)를 그대로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실제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 초단기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
– 이용자 가정에서의 성희롱‧폭력 발생에도 적절한 대응책 부재
– 기숙사 CCTV 감시, 노동자 간 상호 감시 유도 등 심각한 인권침해
– 하루 종일 아이, 노인, 반려동물, 집안일까지 전담하는 과중한 업무
– 계약 외 영어교육 등 부당한 지시에도 불응할 수 없는 구조

 

서울시와 정부는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권리는 제도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주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로 드러난 실태와 구조적 문제 

 

이주가사돌봄연대는 이러한 정책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주여성 노동자들과의 인터뷰, 성폭력 피해 상담, 정책 간담회 등을 통해 구조적 쟁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6월과 7월에는 노동부와의 면담과 국정기획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구조적 문제와 이주여성 노동자와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노동부 면담

– 고충처리 창구는 업체가 아닌 독립적 외부기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함을 강조
– 성희롱 발생 시 대응 매뉴얼과 피해자 보호조치가 부재함을 지적
– 인터뷰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감독 강화 요청

 

국정기획위원회 간담회

–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과 ILO 189호 협약 비준의 필요성 제안
– 이주여성 노동자의 젠더폭력 피해 지원 체계와 전국 단위의 상담기관 확대, 다국어 정보제공 체계 마련 제안
– 이주가사돌봄 정책이 ‘단기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닌, 노동권과 공공성을 포함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임을 재차 강조

 

 이주가사돌봄연대의 정책적 제안 

 

우리는 이주여성의 돌봄노동이 단지도움이나서비스가 아니라 엄연한 노동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성, 인종적 위계에 기반한 착취 구조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 :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근로자성 인정, 노동기본권 보장
2. 고용허가제 개편 및 고용-체류 연동 폐지 : 고용주와의 위계적 종속 구조를 타파하고,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3. 쪼개기 계약 금지 및 고용안정성 보장 : 업체의 노동자 통제를 가능케 하는 초단기 계약을 제한하고 안정적 근로환경 마련
4. 젠더기반 폭력 대응체계 구축 : 피해 시 상담소 연계,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등 실질적 제도 마련
5. 다국어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 피해 대응 매뉴얼과 지원 체계에 대한 접근성 확보

 

돌봄이 누구에게만 떠넘겨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이주여성은 돌봄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시민이며 노동자입니다이여인터는 이주여성 돌봄노동자들이 노동권과 인권을 함께 누리는 사회, 성평등하고 돌봄사회 전환을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연대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주x젠더 전문가 세미나
있는 날을 만들어가는, 이주여성과 돌봄의 교차로에서
– 이주와 젠더 전문가 세미나 1회차 후기 –
 
6월 26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하는 「이주와 젠더 전문가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이주, 젠더, 돌봄, 노동, 법학 등 교차적 관점에서 한국사회 이주여성 인권 현실을 들여다보고,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지속가능한 담론과 연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획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첫 회차에서는  여성의 초국적 이동과 돌봄 을 주제로 두 꼭지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여성들의 초국적 이동, 이주의 여성화 담론과 최근쟁점 | 문현아(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 
 
문현아 선생님은 ‘없는 날의 자유’라는 시적 구절에서 출발해 이주의 여성화가 어떻게 자본의 흐름과 결합해 돌봄노동을 재편해왔는지 분석했습니다. 특히 공공 돌봄의 위기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로 인한 ‘돌봄 공백’이, 국경을 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채워지는 구조를 설명하며, 이를 ‘글로벌 돌봄 사슬(Global Care Chain)’이라 명명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 노동 이주의 62%가 ‘돌봄’ 중심의 재생산 노동이며, 이는 젠더와 인종화된 분업 구조 속에 놓여 있음.
– 돌봄의 여성화, 상품화, 민영화는 이주여성에게 구조적 취약성과 권리없는 상태를 강요.
– ‘이주의 여성화’는 수치상의 증가가 아닌, 돌봄 수행자로서 여성을 규정하는 젠더화된 위계 구조로 나타남.
– 기후위기, 분쟁, 강제이주 등의 맥락은 이주 여성의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더욱 심화.
– 시민권 없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어떻게 포괄할 것인지, 정책적 상상력이 절실함.
 
“이주여성도 돌봄의 수혜자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환기하며, “없는 날이 불가능한 이들에게 ‘있는 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2) 한국 사회 이주여성의 인권 현실과 돌봄의 억압 구조 | 허오영숙(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선생님은 한국의 이주여성 정책이 여전히 ‘국민과의 결혼과 정상가족’ 중심의 다문화 정책에 머물러 있으며, 이주여성의 삶을 재생산과 돌봄의 도구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 한국의 비자 체계는 가족 중심·남성 노동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주여성에게는 ‘결혼’ 외의 체류 옵션이 거의 없음.
– 사회복지 접근권은 대부분 국민과의 가족 구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독립적인 시민권 주체로서 인정받기 어려움.
– 돌봄노동 시장화는 ‘중국동포-가사노동’,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같은 구조화된 인종화 경향을 보여주며, 이주여성의 저임금·비공식 노동을 고착화.
– 고용허가제 내 여성 비율은 8% 미만이며, 비닐하우스 기숙사, 체류불안, 젠더폭력 등의 문제가 심각함.
–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체류권은 ‘동거 여부’와 ‘자녀 유무’에 따라 결정되며, 폭력 상황에서도 이혼/비자 연장의 조건이 까다롭게 작동.
 
“이주여성은 한국 남성의 가족이 될 때만 정책적 지원을 받는 구조”라는 현실 속에서, 이주여성의 삶이 ‘인권 주체가 아닌, 전략적 정책 수혜대상으로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무리했습니다.
 
 
함께 생각한 이야기들 
 
첫 세미나는 그동안 사회와 제도의 언어가 포착하지 못한 이주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며, 여러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주여성을 단지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존재로 바라보는 세계의 패러다임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바꿔야 할까?”
“한국 사회의 돌봄 구조가 이토록 성별화되어온 배경은 무엇이고, 지금에는 이주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주여성이 인권을 가진 시민 주체로 서기 위해, 우리는 어떤 연대와 운동전략을 고민해야 하는가?”
 
 
✊ 다음을 향해 
 
이번 세미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이주여성의 돌봄 수행과 임금노동 등 정책과 사회적 맥락 비교, 제도개선 방향, 초국적 연대의 사례 등을 함께 논의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주여성의 삶과 목소리가 더이상 낯설지 않도록, 이주여성의 인권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있는 날”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세미나 자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모든 회차 세미나 종료 후 상세한 후기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공유할 예정입니다.
변화의 주체 “이주여성 활동팀”
성·인종차별에 맞서는 걸음을 내딛다!
우리는 ‘타자’가 아니라, 변화의 주체입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세상을 바꾸는 주체인 이주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세상에 닿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주여성들과 함께 ✨이주여성 활동팀✨을 조직했습니다!
 
대만,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한국까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16명의 여성들이 모여 차별과 폭력에 맞서고, 인권 감수성과 이주여성 인권운동 실천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10회의 애드보커시 교육에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부합니다!
 
하나, 우리 사회 곳곳의 인종·젠더·계급 차별을 발견합니다.
둘,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는 인권 활동을 고민합니다.
셋, 페미니즘과 한국 여성운동의 흐름 속에서 성평등을 모색합니다.
넷, ‘계엄과 탄핵, 광장의 민주주의’ 경험을 통해 소수자의 권리를 조명합니다.
다섯,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고예나 작가와 이주배경 당사자의 서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여섯,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활동가들이 스스로 직접행동(Direct Action)을 기획합니다!
 
활동팀은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이주여성의 삶의 경험을 중심에 두고 성평등 아젠다를 함께 기획하며, 이 사회를 바꾸는 ‘함성’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주하는 사람들이자 여성이고, 변화의 주체입니다.
 
이 땅의 차별을 뒤흔들 뜨거운 연대의 시작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 이 활동은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현장 활동의 온도를 높이는 활동가들의 연대
이여인터 신규활동가 세미나
현장 활동의 온도를 높이는 활동가들의 연대
– 2025 이여인터 신규활동가 세미나 후기 –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에 이여인터의 상담소, 쉼터에서 활동을 시작한 네 명의 신규활동가들과 첫발을 뗀 세미나가 드디어 다섯 번째, 마지막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양한 이주여성 인권 사례와 활동 경험을 함께 나누며 토론과 발제를 통해 이주여성의 인권과 이주인권활동가의 역할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주여성의 삶을 중심에 두고, 사회를 더 평등하게 바꾸기 위해 인권활동을 시작한 활동가로서의 초심과 열정을 다시 불러낸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회차에는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외침 An』의 저자이자 이주민센터 동행에서 이주민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원옥금 선생님이 직접 함께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이주민 삶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새기고,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 활동가들의 생생한 후기
“쉼터 업무 속에서 흐릿해졌던 나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어요.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이 시간이 참 소중했어요.”
“업무와 병행하며 이주 현장에 관한 책을 꼼꼼히 읽어내는 세미나에 참여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다양한 사례를 듣고, 나누며 많이 성장했어요.”
“활동하는 단체는 다르지만 이여인터라는 공동체에 속한 다양한 활동가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면서 서로 더 가까워졌고, 함께 있다는 힘을 느꼈어요.”
“오래 활동하다 보면 초심을 잊게 되는데, 이 세미나를 통해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책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해 쓰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활동가로서 한 뼘 더 자란 느낌입니다.”
“활동가들의 언어와 감상으로 다시 들은 요약과 해석이 신선했어요. 현장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주민을 이해하게 되길 바랍니다.”
 
성장의 뿌듯함, 초심의 반짝임으로,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누는 힘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이 다시 현장 활동의 온도를 높이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또 다른 배움의 자리를 상상합니다!
이주여성 활동가들, 현장을 움직이다
상반기 지역 이주여성 인권지원 활동 후기

생존에서 연대로

이주여성 활동가들, 현장을 움직이다

– 상반기 지역 이주여성 인권지원 활동 후기 –

 

에쓰오일의 지원으로 이어진 지역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 지원 사업은, 폭력과 차별에서 생존한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서로의 삶에 손을 내미는, 소중하고 강력한 여정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베트남 출신의 활동가들은 지역 곳곳에서 이주여성 삶의 현장을 통역하고, 상담하고, 연결하며 말합니다.

 

이건 그저 통역상담이나 이주여성 지원이 아니라, 이주여성과 함께 삶을 나누는 일이에요.

 

“이 경험들은 분명 사회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주여성 활동가들은 의료, 가정폭력, 체류, 노동, 양육, 행정·법률적 지원이 필요한 사례들을 마주하며,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처한 현실의 깊이를 매일같이 체감했습니다. 동시에, 제도의 벽은 여전히 높고, 경찰과 공무원의 무지, 차별과 편견, 제도 밖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냉혹했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오히려 여성이 더 큰 죄를 지었다고 말했어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라고 되물었어요. 이건 내가 알고 있는 가정폭력 대응 방식이 아니었어요. 바뀌어야 해요.”

 

외국인 노동자 세 명이 임금을 세 달 넘게 받지 못하고 있었어요. 고용변동 신고서도 받지 못한 채 불안해하던 이들에게 노동부 신고를 함께했고, 그들이 ‘이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을 때 정말 보람이 컸어요.”
 

에디오피아 난민 엄마가 아픈 아이 치료비를 요청했어요. 그런데 어떤 지원도 닿지 않았어요. 그때 너무 무력했고, ‘더 많은 아동지원 제도를 내가 알아야겠구나’ 느꼈어요.”

  

하지만 활동가들은 흔들림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이제야 희망이 생겼다”는 말에 다시 힘을 얻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통역사였고, 어떤 날은 조력자였으며, 어떤 날은 친구이자 싸움의 동지가 되기도 합니다.

법적 용어나 행정 절차를 설명할 때, 저도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했어요. 아이들을 돌보면서 상담도 해야 하고,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도 많았죠.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다시 느껴요.”

 
캄보디아 여성이 수술비를 지원받고 수술을 받았어요. 생계비도 잠시 지원되었고요. 그 일이 저에겐 큰 힘이 됐어요. ‘도움이 닿는구나’ 하는 순간이 분명 있더라고요.”
 

아이 둘을 혼자 돌보는 베트남 여성. 두 아이 모두 장애가 있어요. 남편은 폭언하고 위협하고, 그녀는 지치고 무너져 있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말했어요. ‘상담사 선생님들이 있어서, 다시 하루를 견뎌볼 수 있었어요.’”

 

이주여성들이 직접 요리사가 된 ‘금요식당’ 행사에서 함께 웃고, 나누고, 연결됐어요. 그게 단순한 밥상이 아니라 서로 살아가게 하는 공동체의 시간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은 미세한 움직임이 아니라 이주여성 인권의 지형을, 이 사회의 언어를 바꾸는 굵직한 진동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주여성 인권은 스스로 권리를 세우는 주체들의 이야기임을 기억하고, 연대합니다.

 

※ 이 사업은 “에쓰오일”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나요?
이주배경 청소년 독서장학사업

물결 없는 듯 보이지만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변화는 고요해 보여도 뜨겁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여인터가 만든 변화의 흐름 속엔, 책 한 권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청소년들의 시선도 함께합니다. 삶의 고통을 직면하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의와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 질문들은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울림이 됩니다.

 

가장 아픈 진실을 마주하고도 꺾이지 않았던 줄리의 이야기(병든 아이), 자신을 던져 새끼의 자유를 지켜낸 암탉 잎싹의 용기(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발견은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 짚어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의 움직임, 결코 고요치 않은” 변화의 물결이 더욱 깊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이 사업은 신우팜, 오케이팜,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의 지원으로 운영됩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 『병든 아이』를 읽고
『병든 아이』는 너무 충격적이고 슬픈 이야기였다. 줄리의 어머니가 딸을 병든 척하게 만들고, 그것을 오랫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가장 믿어야 할 가족이 오히려 가장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다.
 
처음엔 줄리도 어머니의 말이 옳다고 믿지만,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진실을 알아가면서 용기를 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였으면 그렇게 버틸 수 있었을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쉽게 침묵하고 방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같았다. 
 
누군가의 이상한 행동이나 말이 있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처럼 상처받은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더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작은’ 잎싹의 큰 용기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자유  –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양계장에서 알만 낳으며 살아가던 암탉 잎싹은 자유롭게 살고, 직접 알을 품어 새끼를 키우는 삶을 꿈꿉니다. 그러던 중 병든 닭으로 오해를 받아 양계장에서 버려지게 되지만, 우연히 살아나 마당 밖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들판에서 만난 오리 알을 품고, 잎싹은 진심으로 새끼를 돌보는 엄마가 됩니다. 하지만 들판은 위험한 곳이고, 족제비의 위협속에서 잎싹은 끝까지 새끼를 지키려 노력합니다. 결국 잎싹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자식이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용기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잎싹의 용기와 사랑에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유를 원하는 암탉의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점점 잎싹이 진정한 엄마의 사랑과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잎싹은 알만 낳으며 살던 평범한 암탉이었지만, 자식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특히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엄마의 마음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잎싹이 자신의 꿈과 자유를 포기하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유와 사랑,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과 주변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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