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의 죽음들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

 

  허오영숙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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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결혼 일주일만에 남편에게 살해당한 故 탓**을 추모하는 기자회견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가 열렸다. 지난 2017년 6월에 시아버지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베트남 출신 부** 역시 2010년의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들 중 한명이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다. 가해자는 살인을 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기다렸고, 여성을 골라 살해했다. 그 자리에 누가 있더라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할 수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이 3만5천여 장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수백명의 여성들이 자유발언에 나선다. 그렇게 ‘강남역 10번 출구’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2010년 7월 8일, 부산에서 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으로 입국한지 7일만이었고, 고작 스무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이주여성이 살해당하는 현실에 대해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발언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주여성들은 살해당해왔다. 강남역 10번 출구 이전에도 여성이어서 살해당해 왔던 것처럼.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살해당한 이주여성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보름이 지나지 않은 2010년 7월 20일, 이주여성들은 서울의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여성들의 故 탓** 추모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많은 한국 여성들이 우연히 강남역에 있지 않았던 이유로 살아남았음을 인식했던 것처럼 이주여성들도 자각했다.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 후로도 여전히 이 땅에서 이주여성들은 살해당했고 2011년, 2012년, 2014년 이주여성 추모행사는 연달아 열릴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더 냉혹하게 그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7년 6월에 시아버지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베트남 출신 부**는 2010년의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주여성 중 한명이었다.

 

이주여성의 죽음은 국제결혼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가정폭력의 모습으로 전면적으로 등장했다. 고유명사가 되다시피한 베트남 여성 후인마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아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집계한 사망 이주여성들이다. 언론보도나 이주여성 지원 기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사망 이주여성 명단 (집계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레*** (2007년 3월 대구, 베트남)
임신한 몸으로 갇혀있던 아파트 9층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 사망

후*** (2007년 6월 충남 천안, 베트남)
입국 한 달만에 남편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해 갈비뼈 18대 부러져 사망

쩐*** (2008년 3월 경북 경산, 베트남)
입국 일주일만에 14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

체** (2010년 3월 강원 춘천, 캄보디아)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수면제 먹이고 방화하여 사망
탓**** (2010년 7월 부산, 베트남)
입국 일주일만에 조현병 환자인 남편에 의해 칼에 찔려 사망

강** (2010년 9월 전남 나주, 몽골)
가정폭력 피해 몽골여성 E씨를 보호하려다 E씨 남편에 의해 칼에 찔려 사망

황** (2011년 5월 경북 청도, 베트남)
출산한지 19일 만에 남편에 의해 칼로 난자당해 사망

팜*** (2012년 3월 강원 정선, 베트남)
조현병 남편에 의해 사망

리** (2012년 7월 서울 강동구, 중국)
평소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에 의해 칼에 찔려 사망

김** (2012년 7월 강원 철원, 중국)
남편의 폭력으로 4일 동안 뇌사 상태로 있다가 사망

응*** (2014년 1월 강원 홍천, 베트남)
남편이 목졸라 살해

전*** (2014년 1월  경남  양산, 베트남 )
남편이 목졸라 살해

서** (2014년 7월 전남 곡성, 베트남)
남편이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

아*** (2014년  8월  충남 천안, 캄보디아)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살해

김** (2014년 11월 경기 수원, 중국)
동거남이 살해

응*** (2014년 11월 제주, 베트남)
한국 남성이 살해

누*** (2014년 12월 경북 청도, 베트남)
남편이 살해

이** (2015년 12월 경남 진주, 베트남)
이혼 후 자녀 면접권을 가진 전남편이 아이와 함께 살해
부*** (2017년 6월 서울, 베트남)
시아버지가 살해

 

위 사례 중 2014년 8월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살해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7년 5월 30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캄보디아 출신 아내 명의로 95억에 달하는 보험을 가입해 놓고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남편 이씨에 대하여 사실상 정황은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나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남편 이씨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단은 캄보디아 출신 여성은 생전에 자신의 명의로 거액의 보험이 가입되었고 그것도 매월 400여만원이나 되는 보험료가 납부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의혹들을 남긴 채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