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와 면접교섭궙

 

                                                                                                                                                                                                   한국염/상임대표                             

                                       

 

이 해의 마지막 달에 또 한 명의 베트남출신 이주여성이 살해당해 한줌의 재가 되었다.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나 했는데 작년에 이어 결혼이주여성의 추모제를 지내게 되었다. 그것도 뱃속에 든 채 태어나지도 못한 아기와 여섯 살짜리 딸과 함께. 불과 31살의 나이에 전남편의 자녀 면접권 이행 과정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

 

베트남출신 이주여성 아라씨(가명)20084월 결혼해서 남편과 서울에서 살았다. 이듬해에 딸을 낳았다. 남편은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그래서 2010년부터 3년 동안 세 차례나 가정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쉼터에 입소했다. 남편은 번번히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약속했고 딸아이의 미래를 생각한 아라씨는 남편의 약속을 믿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편은 한동안은 잠잠하다가 다시 폭력을 휘들렀고, 아라씨는 폭력을 피해 다시 집을 나오게 되었다. 결국 이 상습적인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라씨는 쉼터에서 남편과 조정이혼을 하였다. 양육비는 받지 않는 대신 다섯 살 난 딸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아라씨가 갖기로 하고. 남편에게는 한 달에 두 번 면접교섭권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이혼이 조정되었다. 1년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조정되었다.

 

그런데 이혼을 해서 서로 남남임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몇 주 후부터 남편이 아라씨를 찾어와 폭력을 행사하려고 해 아라씨는 도망쳐서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다. 혼자 살면 또 언제 봉변을 당할지 몰라 불안한 아라씨는 이주여성 그룹홈으로 피신을 하였다. 이곳까지 추적해 와 괴롭히자 그룹홈에서는 전 남편을 대상으로 아라씨와 딸에 대한 접근금지 신청을 해 임시로 접근금지조치가 행해지기도 있다.  이후 진주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아리씨는 딸과 함께 진주로 이사를 했고, 이곳에서 지금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만나 재혼을 하였다. 이혼한지 2년 후엿다.  전 남편은 진주로 와서 아이를 면접하였다. 불안했지만 법원의 조정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지난 126일 아라씨의 전 남편이 딸을 만나러 진주에 왔다.  아라씨는 집 근처에서 딸을 아빠에게 보냈다. 얼마 후 딸을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고 아라씨가 나갔는데 나간지 몇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라씨의 현 남편은   전남편의 폭력성을 알고 있던 터라 걱정이 되어 동네 지구대에 신고했다. 지구대에서는 베트남 출신 남편이 전남편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 전남편의 차번호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찾아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가출신고로 처리하여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라씨와 아이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경찰에게서 듣게 되었다. 다쳐서 입원한지 알았는데 가보니 이미 시신이 되어 있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조기대응을 했더라면 세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 경찰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전남편은 일가족을 서울로 납치해서  오금교 근처에서 살해하고 자살해버렸다. 전남편은 자살하면서 “전부인이 한국국적을 얻기 위해 위장결혼을 했다.”고 쪽지를 남겼다.  머니투데이 12월 17일자 기사에 의하면 경찰은 “유가족 진술과 유서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전 부인과 수년간  이혼한 조씨가 6개월간 무직으로 지내는 등 어려움을 겪다 이들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남편의 폭력성은 모른 채 남편이 남긴 위장결혼이라는 쪽지에 의해  위장결혼을 부각시킨 언론에 의해 아라씨는  또 한 번의 죽임을 당했다 아라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6년 동안이나 살았다.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세 번 씩이나 폭력피해 이주여성쉼터 입소를 반복했다.  아이는 아버지가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부인에 대해 자국출신과 재혼했다고 , 그것도 이혼 후 2년 후에야 재혼했는데도 위장결혼이라는 말을 남긴 남편의 행동을 보면서 아라씨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흔히들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경우 오죽햇으면 그럴까? 하는 동정론에  이주여성의 죽음은 뒤로 묻혀버리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하물며 위장결혼의 피해자로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니 살해당한 이주여성과 아이만 무참해진다.  

 

이번 아라씨와 아이의 죽음을 대하면서 또다시 어떻게 하면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고민하게 된다. 아라씨의 죽음은 생명존중의 결여, 자식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성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이번 아라씨의 죽음에는 경찰의 대응양식과 더불어  가정폭력의 범죄자에게 자녀면접이행권을 주는 가정법원의 판결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면접교섭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제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837조의2에서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법원이 부인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한 남편에게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행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없는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권 이행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아라씨는 물론이고 여섯 살 난 딸과 뱃속의 아이 세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일은 모면했을지도 모른다.  인정주의적 면접교섭권이 서른 한 살의 젊은 아라씨와 여섯 살 딸아이, 그리고 뱃속의 아이 세 사람의 죽음의 동기가 되었다.

 

이번 아라씨 일가의 죽음을 계기로 법원이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부부의 경우 가정폭력 가해자의 면접교섭을 면밀히 검토해서 면접권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