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평화, 생명을 이주 여성과 함께 하는 아시아 연대를 꿈꾸며!

                                           한국염

전 세계에서 일 년에 1억 이상의 인구가 이동을 하는데 그중 65에서 70%는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 이유로 이동을 한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에는 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는 ‘빈곤의 세계화’를 유발하고, 이 ‘빈곤의 세계화’는 ‘빈곤의 여성화’ 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는 바,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자국과 집안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중의 하나가 이미 개발된 나라로의 이주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을 중심한 빈곤의 여성화는 필연적으로 ‘이주의 여성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에서 이주의 여성화가 70%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주의 여성화’ 물결을 타고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이주를 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로, 성산업 종사자로, 그리고 국제결혼으로 이주를 한다. 아시아 ‘이주의 여성화’의 특징 하나는 이주여성들이 성역할 고정적인 일자리로 편입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주여성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진다는 것이다. 성역할이 고착되는 일자리란 주로 소위 여성적인 일자리로 치부되는 가사도우미 영역이나 서비스 업종이나 성산업 영역에로의 여성유입이 증가하는 것을 뜻한다. 여성의 나이와 관계해서는 성산업에서의 서비스 업종과 국제결혼으로 유입되는 어린 여성들의 증가가 문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현재 한 25만 명 정도의 이주여성들이 살고 있다. 여성노동자가 미등록노동자를 합하여 약 15만 명 정도 되고 성산업에서 종사하는 이주여성이 한 2만 명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한국남성과 국제결혼으로 유입된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약 8만 명 정도된다(이 숫자는 2005년 법무부 통계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6만 6천명과 통계에서 들어나 있지 않은 국적취득자를 약 12천명으로 추정한 숫자다.) 한국에 유입된 이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반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외국인 혐오증과 저개발국가에서 왔다는 계급차별로 인한 인종차별 외에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성차별로 삼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당하는 차별을 없애고 이들과 함께 생명, 평화, 평등을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씨름하고 있다. 하나는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일이다. 이런 활동을 벌이면서 연대활동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2005년 우리 센터가 여성가족부와 함께 처음으로 ‘국제결혼이주여성 지원사업’을 시작했을 때, 6개 지역 여성단체와 같이 연대를 해서 이 사업을 실시하였다. 이 사업 자체가 여성부와 우리 센터 간에 이루어진 민관협동사업이었는데, 이 사업을 시행할 때 전국의 6개 여성단체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실시했다. 만일 이 사업을 우리 단체 혼자 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문제를 전 국가적으로 부각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연대했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 일을 통해서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자매애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주여성의 인권옹호에 관심하는 사람들과의 개별적인 연대는 물론, 제도와 법을 만들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국내 단체와의 연대는 필요하다. 또한 같은 사안을 놓고 국내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일을 벌이지 않고 상호 간에 네트워크나 연대 틀을 형성해서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은 일의 소모성을 줄이고 생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비단 국내 적인 연대뿐만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 여성단체나 아시아 기구들과의 자매애와 연대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주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해서는 고용국이나 유입국의 단체나 개인들만의 노력이나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송출국 단체나 개인들과의 연대가 있어야 효과적이다. 특별히 인신매매와 이주의 경계선 상에 놓여있는 ‘이주의 여성화’ 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시아 여성단체들과의 자매애와 연대가 필수적이다.  지난여름 진행되었던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매매혼적 국제결혼’의 문제 제기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양국 여성단체들 간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은 국제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모 일간지로 촉발된 매매혼적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식의 기사에 분노한 베트남 유학생들의 모임인 ‘나와 우리’가 항의를 시작했고 뜻을 같이 한 한국의 여성단체들이 합세해서 “성/인종차별적 국제결혼 중개업 광고 반대 캠페인”을 벌인 결과 우리나라는 물론 베트남에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노출시켰고, 우리나라에서는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에 대한 경각심과 아울러 정책입안을 서두르게 하는 촉발제가 되었다.

우리 센터는 2006년도 11월에 ‘인신매매성 국제결혼 예방과 방지를 위한 아시아 전략회의’를 서울에서 실시했다. 이 아시아전략회의는 송출국과 유입국 민간단체간의 국제연대 틀 형성을 위한 한 방편이었다. 아시아의 이주여성단체를 초청하여 서로 각 나라의 현황과 문제를 공유하고, 과제를 모색하고 공동과제와 각 나라가 할 과제를 설정하여 일 년 동안 그 과제를 안고 씨름하는 연대 틀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송출국만의 노력으로도, 유입국만의 노력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대만, 몽골,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한국에서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문제를 위해 일하는 민간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베트남에는 민간단체가 없기 때문에 베트남 여성동맹의 가정복지과에서 근무하는 팀장이 참석을 하였고, 중국 역시 엔지오가 엇는 터라 한국에서 국제결혼문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조선족 여성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 우리는 각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주의 여성화 현상 속에서 진행도고 있는 국제결혼의 실상을 알아보았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될 과제들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였다. 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채택했는데, 다음과 같은 결의를 하였다.

-우리는 외국인 아내들, 특히 곤란을 겪고 있는 아내들과 국제결혼상의 인신매매 피해자/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들의 모임이나 협회를 조직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들 스스로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다양한 권한 개발을 도울 것이다.

-우리는 이민과 국제결혼 관련 법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옹호하고 촉구한다. 이는 국제결혼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주여성 및 남성 이주 배우자들의 거주권, 노동권 및 사회적 권리를 포함한 복지와 권리를 고취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이주여성들과 이주남성들은 유입국의 다양한 기회 뿐 아니라  동등 업무에 대한 동등 급여 권한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결혼의 또 다른 당사자인 남성들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확대할 것이다. 그들의 시각을 보다 잘 이해함으로서 당사자 간의 친밀한 관계인 결혼 제도 속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여 국제결혼의 성공을 도우려한다.

-우리는 결혼중개업자들에 관한 적절한 정책 입안을 희망한다. 이 정책들은 우리 각 나라의 고유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최우선 당사자들인 국제결혼 여성과 남성들의 참여하에 이뤄져야한다.      

-우리는 국제결혼과 그로부터 파생한 ‘무국적 아동들’ 문제, 그리고 국제결혼으로 출생한 아동들의 권리에 관한 이슈 등에 관한 지속적 연구의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우리는 이 모든 이슈들에 대해 우리들 각각의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며 동시에 다른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지원하고, 가치있는 정보의 교환, 성공적인 문제해결 기술과 자원의 공유 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니셔티브를 행동에 옮기기 위해 네트웍을 결성할 것이다

이 회의의 종합토의에서는 이 회의에 참가한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이 문제에 대해 공동대처하기로 하였다. 서로 과제를 갖고 돌아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 년에 한번 정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함께 모여 그동안의 한 일들을 검토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모임을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갖기로 하였다. 꿈이 커져 여성MFA(이사이이주노동자포럼)같은 연대체를 형성하자는 기염까지 토하기도 했는데, 이 연대체를 꾸려가려면 그 비용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버거운 숙제가 있기는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는 말에 희망을 건다. 송출국과 유입국 사이의 이주민과 관계하는 여성들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이루어진다면, 그 연대 틀이 의미가 있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데도 뜻을 같이 했다.다음에는 캄보디아에서 모이자고 의견들을 모았는데 이 일이 잘 추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아시아 여성들의 연대가 무르익어 아시아여성의 고난이 극복되기를, 아시아 여성들의 자매애와 연대를 통해 이주여성들과 더불어 생명, 평등, 평화를 누리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혼자 꾸는 꿈이지만, 둘이 함께 꾸면 현실이다.”
“혼자 소리로는 할 수 없겠네. 둘의 소리로도 할 수 없겠네.
둘과 둘이 모여 커단 함성될 때 저 억눌린 사람 참 자유 얻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