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신생아 인권,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한국염


2012년 2월 15일자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한국에 초과체류로 미등록자(불법체류자)가 된 상태에서 출산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들의 아이를 건당 600-700만원을 받고 ‘가짜 한국아빠’를 만들어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본국으로 출국시킨 브로커 일당을 ‘공전자기록부실기재’(공정증서원본이나 동일한 가치를 가진 문서에 허위로 기재함)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신생아들의 불법국적 취득을 도운 혐의로 산부인과 병원장 김모(46)씨와 출생신고 보증인, 중간 모집책으로 활동한 베트남출신 귀화 한국인 이모(35)씨, 신생아 부모인 D모(32·여)씨 등 이름을 빌려준 28명도 함께 입건되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모씨와 남모씨는 귀화한 베트남 여성 이모씨와 함께 새로운 돈벌이 사업으로 ‘베트남신생아송출사업을 구상했다. 한국남성과 결혼해 중도에서 혼인파탄이 되어 귀국하지 않고 미등록상태가 되거나 아예 처음부터 위장결혼으로 입국해서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여성들이 자국민 이주노동자들과 동거하다 출산한 이주여성들이 사업대상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베트남 출신 미등록이주여성들이 이런 편법에 응하게 된 이유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아이를 낳아도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양육이 힘들어서 본국의 가족에게 아이를 맡길 경우 아이를 출국시키기 위해 아이의 여권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또한 경찰조사결과 이주여성들이 가짜 한국인 아빠를 만들어 국적세탁을 하려 한 또 다른 이유는 아이가 한국국적을 갖고 있으면 한국에 들어와서 초·중학교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거나, 취업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아기에게 한국 국적을 얻어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주 현장에서 보면 한국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에 이주한 여성들 중에 자국민 이주노동자 남성을 만나거나 좋은 자리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브로커들의 농간에 집을 나온 이주여성들이 자국민 이주노동자과 동거하는 경우가 있다. 동거하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대개 남자들은 잠적해버리고 여자와 뱃속의 아니만 남겨지게 된다. 여성이 혼자 임․출산의 짐을 다 지고 아기를 출산하면 병원비부터 총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센터에도 동거남은 증발해버리고 혼자 남은 이주여성이 아이 출산비나 양육비를 지원해 줄 수 없느냐, 본국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등록상태가 된 이주여성이 아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한 경우, 그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무국적자가 되고, 이로 인해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아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고향으로 보낼 수도 없는 딱한 지경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나로서 자기 아이를 본국에 보내기 위해 그런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이주여성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자기 아이에게 미국시민권을 주기 위해서 서슴치 않고 원정출산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풍토에서 서류를 위조해서라도 자기 아이에게 한국국적을 얻게 해 보다 발전된 나라에서 아이에게 좋은 교육적 혜택을 주고자 한 이주여성의 모성애?를 헤아리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일그러진 행태임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주여성과 그 아이의 딱한 사정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브로커와 이들 브로커와 결탁한 사람들이다. 한국에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가 시작되면서 이주자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브로커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들에 의해 취업을 볼모삼은 밀입국알선, 사기결혼, 위장결혼 알선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신생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신생아 송출사업’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베트남신생아송출사업‘을 벌인 브로커들은 바로 미등록이주여성들의 곤경을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출산을 하면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혜택을 받지 못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아이를 본국에 보내려하지만 아이만 합법으로 출국시킬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을 착안한 것이다. 여기에 돈에 혈안이 된 산부인과 의사들이 출생증명서 발급을, 베트남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남편들과 노숙자들이 돈을 받고 아이 아빠로 이름을 빌려주었다. 이들은 이주여성들을 모으기 위해 가짜 한국인 아빠에게 태어난 것으로 출생신고를 하면 아이가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다음에 아이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이주여성의 왜곡된 모성애를 부추겨 이 일에 가담시켰다. 이들의 행각이 기만임을 드러낸 것은 송출담당이 아이를 베트남에 데려가서는 바로 여권을 회수해버렸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성장을 해 재입국할 것을 대비해서.


의도적이었든 브로커에게 이용당했든, 이번 사건에 가담된 이주여성들이 아이를 단지 본국에 보내려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한국국적을 얻어주기 위해 가짜 한국인 아빠를 통해 아이의 국적을 세탁하려 했다는 것은 한국의 법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사건을 이주여성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국제조약의 입장에서 조명하면 어떻게 될까? 이번 사건의 동기는 이곳 한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국인이 아니라, 또한 부모가 합법적 등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생시부터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밀려나 이주아동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어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한국국회가 1991년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번 사태와 같이 이주아동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유엔 아동협약 제2조에 의하면 ‘자국의 관할권 내에서 아동 또는 그의 부모나 법정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인종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에 관계없이,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각 아동에게 보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이 모든 아동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며, 이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권리협약 24조 1항은 “당사국은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건강관리지원의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박탈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국가에서는 미등록이주아동과 임산부의 경우에 국민들과 같은 조건으로 공공의료제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2011 이주인권가이드라인 54쪽 참조). 따라서 제도적으로 무국적자가 되는 미등록 영아와 아동들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국제에서 출생한 모든 이주아동은 부모의 체류신부에 관계없이 출생증명서를 발급받고, 발달권, 건강권, 교육권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는, 2011 이주인권가이드라인 핵심추진과제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베트남신생아송출사건‘을 인권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이주아동의 인권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이주아동의 발달권과 건강권, 교육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자. 차제에 태어나자마자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불법 신생아‘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도록 우리의 속인주의 국적제도를 속지주의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해보자. 여기 한국 땅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한국국적을 부여하거나 정주권을 부여해 아동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틀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2012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