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여성상품화 조장하는 국제결혼 현수막과 사이트, 폐쇄되어야 한다.

                                                                                                              한국염
                                                                  
우리나라 결혼이주여성의 역사는 1980년대부터 통일교를 통한 한국남성과 일본여성의 국제결혼이 효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1990년대 한․ 중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조선족 여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에서의 결혼이주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와서는 이주노동자가 유입되는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의 동남아시아로 그 경계가 넓어지다가 2000년대 와서는 베트남 여성과 구 소련계 여성들의 결혼이주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 국제결혼의 통로는 주로 국제결혼중개업이나 통일교, 친지 소개와 개인브로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제결혼중개업을 통한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결혼중개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대형결혼정보회사의 출현으로 소규모 결혼중개업들이 국내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지자 국제결혼시장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데다, 국제결혼중개의 수입이 짭잘해지면서 거대 결혼중개업들이 여기에 가세를 하게 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약 9천개의 결혼중개업이 난립하게 되었고 한 건이라도 더 성사시키고자 경쟁적으로 결혼유치를 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결혼정보회사가 결혼을 유치하는 선전도구로는 정보회사가 만든 결혼정보 사이트와 현수막이다. 이들 사이트와 현수막의 문제는 이주 여성을 상품화하고 가부장적 결혼관을 조장함과 동시에 허위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여성을 상품화하는 광고를 살펴보도록 하자. 국제결혼 현수막의 변천은 국제결혼의 변천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국제결혼이 시작되던 90년대 맨 처음 붙은 광고는 ‘아름다운 인연 맺어주기“ 등의 온건한 문구였다. 여기에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하는 문구와 함께 ”초․ 재혼 상관없음” 이란 현수막이 붙더니 나이 상관없음“, 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얼마 후에는 ”장애인“이라는 문구가 첨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문구와 함께 ” ”후불제“ 또는 ”염가제공’이라는 현수막이 버젓이 국도에 걸려있다. “후불”이나 “염가제공‘이라는 현수막은 결혼중개업자들이 국제결혼해서 우리나라에 이주하는 아시아 여성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에게 아시아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단지 사고파는 상품일 뿐이다. 그래서 후불도 가능하고 값을 깎는 염가제공도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국제결혼정보회사의 행태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국제결혼정보업체의 행태는 그렇다 치고 지자체가 그 현수막을 내걸도록 허용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내가 아는 바로는 현수막은 지자체의 허락을 얻어야 걸 수 있는 것이며, 허락을 얻지 않았을 경우 불법이기 때문에 강제수거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이런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은 지자체가 용인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지자체나 국제결혼정보회사는 같은 입장에 서있는 셈이다. 이렇게 후불제, 염가제공의 현수막에 따라 한국에 온 여성결혼이주자들이 어떻게 인격적인 대접이나 존엄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연히 한국남성들은 이주여성을 인격을 가진 배우자로서 보다는 돈 주고 사온 상품으로 대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 낫게 보는 사람들이 ”집안의 가난을 면하기 위해 한국에 시집 온 효녀 심청이” 정도로 여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나라와 집안의 빈곤 때문에 한국에 결혼 이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요인으로만 이들을 보아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또 하나 동기는 “자기 삶의 개척 의지”를 가지고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오는 사람들이다. 이런 아시아의 여성들을 상품으로 매도하는 국제결혼정보회사의 현수막이나 사이트는 폐쇄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사이트에 비쳐지고 있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가부장적 여성상 조장이다. 굵직한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사이트를 보면 이주여성들을 나라별로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전통적인 가족상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성역할 고정관념의 여성상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 여성의 경우 “가톨릭국가이므로 헌법에 이혼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여성들의 의식구조가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따라서 한번 시집을 오면 평생 동안 남편과 자식을 위해 봉사한다.”,  “필리핀 신부의 장점은 옛날 우리 신부들처럼 순종, 복종한다는 것이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베트남 여성의 경우도 ‘베트남 여성은 유교를 바탕으로 교육을 받아 어른을 잘 공경하고 3대와 한집에서 사는 가정이 많고 대가족제도에 잘 적응이 되어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간의 문제가 거의 없다.“ , ”베트남 여성은 모성애가 매우 강하여 아이를 낳으면 성인이 되도록 돌보아주며 자녀를 위해서는 무슨 일도 해낼 수 있는 여성들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오랜 전쟁을 겪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히 알고 특히 남편에게 순종적이며, 남편의 뜻을 잘 따르는 편이다.“,  ”베트남 여성은 때 묻지 않은 순결한 여성이다.“ 등등 모성애와 효와 순결성을 강조한다. 몽골여성의 경우도 ”핵가족 보다는 부모님을 모시기를 좋아하니 한국남성에게는 희소식이다.“, ”자녀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고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 엄마가 책임을 진다.“고 모성애를 강조한다. 몽골 여성들의 이런 모성애가 모권사회의 풍습이라는 사실이나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식사준비를 하지않는다는 사실 등 문화 차이나 우리나라에 결혼해서 오는 이주여성들의 나라가 사회주의권 나라라서 우리보다 비교적 양성 평등한 사회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렇게 이주여성을 가부장적으로 채색한 결과 결혼이주여성들이 실생활에서 가부장적 여성상을 기대하던 한국배우자와 가족들과의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여성에게 기대하지 못하는 여성상을 왜 이주여성에게 기대하도록 만드는가? 가부장적 여성상을 조장하는 국제결혼중개업의 결혼사이트 역시 시정되거나 폐쇄되어야 마땅하다..                                           2006년 6월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