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한국에서 체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부가 발급한 ‘비자’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36종의 비자가 있다. 이 비자는 다시 세부적으로 갈라져 더 많은 유형의 비자가 존재한다. 예를들면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혼인상태, 자녀양육에 따라 F-6-1, F-6-2, F-6-3 등으로 나뉜다. 이처럼 많은 유형의 비자제도는 당사자들을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체류의 안정성이 달라진다. ‘비자’는 잉크로 그어진 국경이다. 누군가에게 국경은 높고 철조망투성이지만 누군가에게 국경은 동네 걸어다니듯 다닐 수 있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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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이주여성 당사자분들이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강사로부터 주의사항에 대한 교정을 받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들 체류 유형에 따라 갈등과 불편, 차단된 권리와 체류의 안정성 등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다문화정책 플랜 만들기’는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그 국경을 넘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을 대표하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 유학생, 동포로부터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묻고자 했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3월부터 비자 유형별 모임을 시작으로, 4월에는 심층인터뷰 교육을 진행하고, 6월부터 이주민 당사자가 직접 동료 이주민을 심층인터뷰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몇번의 심층인터뷰 교육을 통해 이주민 당사자들이 동료 이주민을 심층인터뷰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참여한 이주민 여성들은 너무도 적극적이었고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주여성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강물이 흐르듯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도 학교에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는데 제가 인사하면 저에게 아무도 인사 안해요.”
“팀플을 할 때 제일 힘들어요. 제가 열심히 해오는 것을 무시해요.”
“유학생도 가족이 있어요. 저는 아이도 있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왔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자신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황해했다. 자신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차별이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동포는 벼룩시장에서 본 차별의 언어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식당아줌마 구함. 동포 사절”

그는 중국에 사는 동안에도 ‘동포’라는 걸 한시도 잊지 못했고, 그 인연의 끈을 쫓아 한국까지 왔다. 중국에서 TV기자로도 활약했던 그는 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 경제적으로 나은 한국에서 ‘식당아줌마’로 노동이주를 했지만 ‘동포차별’은 서러움 그 자체였다.
베트남결혼이주여성은 인터뷰에서 실수할까봐 목소리마져 떨렸다. “괜찮다, 괜찮다”는 동료들의 응원에 힘을 내어 짧은 인터뷰를 마친 그는 큰 숨을 들이켰다.
그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자신의 한국살이에서 또다른 도전이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 한국아줌마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아직 꿈많은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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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심층인터뷰 교육에 참여한 한 결혼이주여성이 다른 유학생 이주여성을 심층인터뷰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심층인터뷰는 대단히 깊이있는 만남을 요하는 것이다. 이번 이주민 당사자가 진행하는 심층인터뷰는 이주민으로서 서로의 공감대를 통해 그 만남의 깊이를 확보하고자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몇몇 참여자들의 경험담은 그것이 어느정도는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민 당사자들과 한끼의 점심, 한잔의 차를 놓고 나누는 이야기들은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한국살이를 나누는 자리이자, 몰랐던 타인의 고통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이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다문화 정책플랜만들기>는 보고서 작성교육을 통해 이주민이 직접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단계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체류유형을 가진 이주여성 본인이 직접 자신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보고서에는 이주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그들이 만들고 싶은 이 땅의 이주민 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할 것이다. 
현재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고, 함께 살고, 함께 숨쉬고 있는 이주민의 삶이 현실적으로 시민권을 가질 날을 기대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_425나영희샘교육인터뷰실습.JPG  사진 설명 : 심층인터뷰 질문지를 보며 이주여성 당사자분들이 인터뷰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 <이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이주민정책플랜만들기>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지원 프로젝트로 이 글은 아름다운재단 블로그에도 올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