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이주여성 노동의 최저임금선 붕괴와 돌봄노동의 가치절하를 조장하는 성·인종차별적 노동착취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

 

 

2023320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주여성 가사 근로의 최저임금 적용을 없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최대 5년간 월 100만 원의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의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법 개정의 이유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육아 난의 해소책으로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선주민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를 둔 이주여성 노동자를 확대 유치해야 한다는 성·인종차별적이고 노동 착취를 조장하는 주장이었기에 여성계와 노동계의 질타를 받았다.

 

한국 사회 이주여성들은 이미 돌봄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다. 2007년 특례고용허가제가 도입되어 중국과 구소련 지역의 한국계 동포들이 이 제도를 통해 입국하였다. 방문취업(H2) 비자로 유형화된 이 제도는 중국 출신의 중장년 동포 여성들이 한국의 돌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통로가 되었다. H2 비자는 호텔·여관업을 비롯하여 음식점업, 욕탕업, 사회복지서비스업, 개인 간병, 가구 내 고용 활동 등을 허용하고 있다. 취업 가능 직군으로만 보아도 H2 비자는 사실상 돌봄노동비자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일반고용허가제(E9)의 여성 비율이 10% 미만인 데 비해 H2 비자의 여성 비율이 40%가 넘는 배경이기도 하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었지만, 한국사회의 가사근로자는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후 2022616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이 비로소 시행됨에 따라 가사근로자가 일반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를 통해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상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주노동 정책이 산업연수생제도에서 2004고용허가제도로 바뀌면서 가장 중요했던 변화 역시 최저임금, 사회보험가입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이었다.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인권 침해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초적인 변화로 외국인 노동력도 국내 노동자와 같은 권리를 가짐을 구체화한 것이다. 여전히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사회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획득에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진보가 무색하게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이주여성의 노동권을 비롯하여 돌봄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지위마저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노동자가 갖는 최소한의 권리인 최저임금제도에서 이주여성 노동자를 배제하고 초저임금 돌봄노동으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은 돌봄노동을 끈끈한 저 밑바닥에 계속해서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돌봄노동의 가치절하와 더불어 그 영역을 국민여성에서 이주여성으로 치환하겠다는 움직임은 더욱 졸렬히 성·인종차별적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 가능한 도구로 이주여성의 돌봄 노동을 상상하는 것은 결국 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며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로의 전환에도 유해하다. 돌봄은 기계와 같이 기능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의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돌봄은 이미 필수 노동이다. 돌봄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노동자를 비롯하여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함께 돌봄에 참여하는 삶의 양식을 재배열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특정 성별에만 전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주여성노동자 대한 성·인종차별적인 노동착취를 중단하라!

이주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2023322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