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도 자 료

 수신  각 언론사 기자

 발신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목 

이주여성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폭력에 징역 1년 10개월,

우리는 이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특수상해 사건 판결에 부쳐
 날짜  2026. 6. 11.

○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의 인권 증진과 권리 확대를 위해 피해자 지원과 보호, 정책 제안,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이주여성 인권운동 단체입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26년 6월 1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결혼이주여성에게 중대한 폭력을 가한 가해자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것과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합니다. 피해자는 한국 입국 직후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을 당해 현재까지 입원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또한 이번 사건이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불안정성과 사회적 고립을 악용한 성차별·인종차별적 권력 범죄임에도, 재판부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구조적 취약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번 성명을 통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대한 엄정한 사법 판단, 결혼이주여성의 배우자 종속적 체류구조 개선, 폭력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의료·체류·생계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이주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전환을 요구합니다.

 

○ 귀 언론사의 많은 관심과 보도를 요청드립니다.

이주여성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폭력에 징역 1년 10개월,

우리는 이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특수상해 사건 판결에 부쳐

오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결혼이주여성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가해자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 판결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

 

피해자는 한국 입국 직후, 가장 신뢰해야 할 배우자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경험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했다. 흉기가 부러진 뒤에도 또 다른 흉기로 폭행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팔과 손으로 막다가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폭력은 신체에 남은 상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시작하려 했던 삶의 기반과 안전에 대한 감각, 앞으로 살아갈 미래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한 폭력이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았는가. 가해자에게는 다섯 차례의 동종 폭력 전력이 있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외국인등록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체류와 의료, 생계와 언어, 한국 사회에서의 거의 모든 것이 배우자에게 종속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으려 했다. 이주여성을 얼마나 얕잡아보고, 얼마나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로 여겼기에 이런 폭력이 가능했던 것인가. 

 

가해자는 한국 사회에 막 도착한 이주여성의 취약성을 알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도망가기 어렵고, 사회적 관계망이 없으며 체류마저 불안정한 여성을 통제 가능한 존재로 여겼다. 이주여성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성·인종차별적 인식은 이토록 잔혹한 폭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구조적 폭력의 맥락을 충분히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가 친밀한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판부는 판결 과정에서 가해자의 반성과 공탁을 언급하며 양형 감형의 사유를 밝혔다. 반면 피해자가 공탁금 2천만 원의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요구해왔다는 사실, 시민사회와 개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이 사건의 중대성을 호소했다는 사실은 판결의 언어가 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판사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렇다.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사회에 닿을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끝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 체류도 불안정하고 의지할 사회적 관계망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지만, 피해자는 폭력으로부터 도망쳤고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피해자는 여전히 병원에 입원한 채 치료를 이어가고 있고, 폭력의 후유증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으며, 막대한 의료비 부담까지 감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탁금 2천만원의 수령을 거부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단 한번도 이 폭력을 사소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끝까지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는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가장 가까운 관계를 이용해 상대가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경제적·정서적·사회적 의존을 악용하는 권력 범죄다. 특히 입국 초기, 결혼이주여성은 체류자격, 언어, 정보 접근,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가 겹치며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그렇기에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더 엄중하게 다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가정폭력은 여전히 ‘가정사’로 축소되고, 여성폭력은 이해 가능한 불행으로 소비된다. 가해자의 반성과 선처 호소는 피해자의 삶보다 더 큰 비중으로 다뤄진다. 더욱이 이러한 낮은 처벌은 또 다른 폭력을 가능하게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결국 크게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 이주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은 그만큼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위험한 확신을 사회에 남기기 때문이다. 다섯 번의 폭력 이후에도 또다시 폭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관대하게 여겨온 사법부와 사회의 오래된 관용이 만들어낸 결과인지도 모른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의 회복과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종속적 체류구조를 개선하고, 폭력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의료, 체류, 생계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

 

어떤 여성도 친밀한 관계라는 이유로 죽음의 위협을 감내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주여성도 통제 가능한 존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은 피해자가 살아남았다고 끝나지 않는다. 치료와 치유, 체류와 생계의 불안을 피해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순간 사회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폭력에 가담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남은 여성들의 무력해지지 않는 연대로, 다음 폭력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는 이주여성의 존엄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더 크게 분노하고 더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다.

 

2026년 6월 11일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본 사건의 선고심을 방청한 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활동가들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이주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

(피켓 내용 : “판결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안전과 회복을 보장하라.” “이주여성의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를 끝내자! 우리는 살아남고, 말하고, 싸운다!”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삶을 원한다!” ” 이주여성의 체류를 인질로 잡는 폭력을 멈춰라!” “엄벌없는 정의는 없다. 회복없는 판결은 끝이 아니다.” “거침없이 멈춤없이 함께가는 이주여성 인권운동”)